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퇴사 일기 (2)

by yaejee 2024. 10. 16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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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혀 예상치 못한 것 혹은 예상할 수 없는 것이 하루의 구성요소에 포함이 되어 있다면 (물론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) 하루가 꽤나 윤택하고 재미있게 느껴진다. 특히 그것들을 내가 해낼 수 있다면 훨씬 더.

나는 원래 저번 달에 컴퓨터 학원을 다니려고 했다. 그러나 방문한 학원은 너무나 성의가 없어보였고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나를 실망시켰다. 그래서 더 고민할 것도 없이 가고 싶었던 영어 학원에 등록했다. 그리고 지금 너무나 만족스럽다. 무언가를 새로이 배워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 몰아치는 숙제까지. 10월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.

언어는 도구이고 기술은 수단이다. 사실 요즘 걱정이 되는 것은 외국어 배우는데 치우쳐져 있어서 (복습 해 나가기도 벅찬 방대한 양) 기술 습득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. 조금 더 시간을 아껴서 노력을 하면 좋으련만 내 나약한 몸뚱이와 정신은 원하지 않는다. 집에 가면 눕고 싶어지는 빌어먹을 정신 상태..

아빠의 생신이 돌아왔다. 우리 가족은 장어를 먹었다. 그리고 내가 장어만 먹으면 몸이 굉장히 안 좋아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. 나이 서른에 너무나 맛있는 음식을 한 가지 잃게 되었다.

어느 휴일에는 남산 트래킹을 다녀왔다. 나는 처음 가보는데 같이 간 사람은 거의 밥먹듯이 드나들던 코스라 남산의 요정같았다. 뒤쫓아 가느라 정말 정신없었고 거의 달리듯 돌파하여 정상에 도착했을 땐 힘이 없었다. 남산의 요정은 한동안 우울했을 때 매일 남산에 올랐다고 했는데, 그 생각과 실천력이 너무 멋졌다.

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았다. 지난 달 헌혈을 하고 받은 롯데시네마 영화티켓을 이용했다. “대도시의 사랑법” 기대하지 않았으나 올해 본 영화 중 손에 꼽을 수 있게 재미있는 킬링타임 영화였다. 원작은 손이 가지 않아 도서관에서도 늘 지나치기만 했었는데 이런 내용이었다니. 기대 이상이다.

이번 달 내가 크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주제는 “세계사” 이다. 특히 고대~중세 쪽 유럽 역사와 주요 인물들을 틈만 나면 검색해보고 있다. 이 관심사가 시작된 계기는 웃기지만 크루세이더 킹즈3 이라는 패러독스 사의 역사 게임 때문이다. 플레이 할 수 있는 인물들은 실제 역사속 인물들을 토대로 한다. 내가 플레이하는 캐릭터들에 애정을 갖게 되면서 그런지 실제 역사에서는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, 주변 국과의 관계는 어땠는지 알아보고 싶어진다. 수능 때 세계사를 선택할 정도로 원래도 세계사에 관심이 있었는데,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애정이 생기는 걸 보면 조만간 깊게 파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.

책도 읽고 싶고 뜨개질도 배워보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. 취미를 탐구할 무렵의 시간대는 이미 내가 자야할 시간이다. 누구보다 시간이 많아야 정상인데 시간이 왜 없을까? 의문이 든 김에 오늘 하루 시간별로 내가 뭘 했는지 정리 해 봐야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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